
도시에서 벌이 줄어드는 불안보다, 귀촌 후 통장 잔고가 천천히 회복되는 안도감이 더 오래 가야 한다.
소득이 줄어드는 변화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복지·세제 혜택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귀촌의 속도를 삶의 속도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① 귀촌 후 소득 감소, 현실 진단과 전체 구조
귀촌을 하면 가장 먼저 숫자가 바뀐다. 출근이 사라지며 기본급이 줄고, 대신 생활비 구조와 시간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 많은 사람이 “버틸 수 있을까?”라는 불안에 먼저 붙잡히는데, 실제로는 복지·세제·지역 지원 제도를 함께 계산하면 생각보다 훨씬 넓은 안전판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 소득이 월 400만 원이었던 40대 직장인이 귀촌 후 월 220만 원 수준의 소득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숫자만 보면 180만 원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교통비·외식비·비싼 임대료 같은 고정지출이 빠지고, 동시에 건강보험료·지역세·전기·난방비 절감과 각종 지원금이 더해지면 체감 격차는 훨씬 줄어든다. 중요한 건 “얼마나 줄어드나?”가 아니라 “새 구조에서 실제 가처분 소득이 얼마나 남는가?”이다.
복지·세제 혜택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현금성 지원·보조금, 둘째는 보험료와 사회보험 관련 혜택, 셋째는 세금 공제·감면이다. 세 축을 따로 떼어 보면 작은 숫자로 보이지만, 1년 단위·3년 단위로 합쳐 보면 상당한 규모의 “숨은 소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가상의 귀촌 가구 A씨(만 43세, 배우자, 자녀 1명)를 상정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가능하다. 도시 근로소득이 월 420만 원이던 시절에는 국민연금·건강보험·소득세·지방소득세 등으로 월 80만 원 안팎을 공제당했다고 치자. 귀촌 후 농업·알바·온라인 부업을 합쳐 월 230만 원을 벌게 되면 명목소득은 줄어들지만, 건강보험료 조정·농업인 경감 제도·근로장려금·각종 지역 지원금이 더해져 1년 기준으로는 “실제 쓸 수 있는 돈”의 격차가 예상보다 작아진다.
많은 사람이 귀촌을 준비하면서 부동산 가격이나 텃밭, 집 구조만을 고민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가계의 구조다. 정기적인 소득과 정기적인 지출, 그리고 국가에서 받는 지원과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보험료를 한 표 안에 넣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여기에 나이·자녀 유무·장애 유무·부부 소득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복지제도를 얹어야 비로소 “실제 귀촌 가계”가 눈에 보인다.
귀촌 후 소득 감소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보험료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생각보다 많은 조정 여지가 생긴다는 점. 둘째, 연소득이 특정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그동안 못 받던 각종 근로·자녀장려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연계 등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점. 셋째, 농업·임업·어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면 별도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라인이 생긴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은 시간의 가치다. 귀촌 후에는 통근 시간이 줄어들고, 주말·야근·회식 등으로 묶여 있던 시간이 풀린다.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될 수도 있지만, 소득을 보완하는 자산이 될 수도 있다. 텃밭으로 식비를 줄이거나, 농산물을 소규모 판매하거나, 온라인 강의·프리랜서 일을 병행하는 선택지가 생긴다. 복지·세제 제도는 이런 새로운 시간 사용과 맞물릴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따라서 귀촌 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월급”만 보지 말고 “국가·지자체의 지원 + 줄어든 지출 + 부가 소득”까지 합쳐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현금성 지원, 건강보험 및 사회보험, 세금 경감 제도를 하나씩 짚어 보며, 어떤 순서로 확인하고 신청해야 실제 가계에 도움이 되는지 구조적으로 정리해 본다.
2025년 3월 귀촌을 준비하는 42세 직장인 B씨는 월급 430만 원, 맞벌이 배우자 월급 250만 원으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둘이 합쳐 연소득 8,160만 원이라 각종 장려금과 일부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러나 경기도 외곽 농촌으로 내려가면서 본인은 반일 농업·반일 온라인 외주 작업으로 연소득 1,800만 원을, 배우자는 재택 파트타임으로 연소득 1,400만 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 경우 건강보험 지역 전환, 근로장려금 가능성, 신혼부부·자녀 관련 복지, 농업인 세제 혜택 등을 합쳐 계산하면 단순히 소득 감소분만큼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② 귀촌 가구가 활용할 수 있는 지원금·현금성 혜택
귀촌 후 가장 체감이 큰 부분은 바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각종 지원금이다. 같은 농촌 지역이라도 시·군마다 이름과 조건, 금액이 달라서 헷갈리기 쉬운데, 크게 보면 청년·신혼·자녀·농업창업·주거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귀농·귀촌 정책자금과 귀어·귀산촌 지원까지 더해진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입 지원금·이주 정착 지원금”이다. 일정 기간 이상 전입해 거주하는 조건으로, 1인당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지원하는 지자체가 있다. 어떤 곳은 지역상품권이나 농협 하나로마트 포인트로 지급하고, 어떤 곳은 현금·계좌 입금 방식으로 준다. 조건에는 “만 39세 이하 청년”, “신혼부부”, “3년 이상 거주” 같은 단서가 달리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주거 관련 지원이다. 농촌 빈집을 수리해 임대하는 ‘귀농귀촌 빈집 리모델링’ 사업, 주택 개보수 비용을 저리로 대출해 주거나, 슬레이트 지붕 철거·단열 공사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소득 기준을 두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소득이 조금 높은 상태에서 미리 신청해 두었다가 귀촌 후 공사 시점에 실제 혜택을 받는 사례도 있다.
세 번째는 아이·청년 관련 복지다. 농촌 지역은 인구 유입을 위해 출산·양육·청년 정착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군에서는 첫째 출산 시 1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이상은 6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지급하고, 만 24세 이하 청년에게는 연 1회 5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주기도 한다. 귀촌을 고민하는 시점에 자녀 계획이 있다면, 미래 5년간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대략 합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농업 관련 지원이다. 영농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로 내려가는 경우에는 ‘귀농 창업 자금’, ‘농업 창업 교육’, ‘영농 정착 지원금’, ‘소규모 비닐하우스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자재·시설·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만 40세 전후의 청년·후계농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금리·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므로, “귀촌 = 농업 병행”을 고려한다면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기초생활보장·차상위 계층 제도와의 연계 가능성이다. 귀촌 직후 소득이 급격히 줄거나, 일정 기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시기가 생긴다면, 가구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농촌에서는 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평가액이 기준에 포함되므로, 실제 가능한지 주민센터에서 사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안전하다.
- ① 지자체별 귀촌·전입 지원금은 시·군청 홈페이지 ‘인구정책’, ‘귀농귀촌’, ‘정착 지원’ 메뉴에 세부 조건이 정리되어 있다. 2024년 이후부터는 청년 1인 가구, 비혼·딩크 가구를 위한 별도 전입 지원을 운영하는 곳도 늘었다. 보통 전입 후 3개월~1년 내에 신청해야 하므로, 실제 이사 날짜를 기준으로 역산해 서류·준비를 맞추는 게 좋다.
- ② 중앙정부 귀농·귀촌 정책자금은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귀농 창업 자금 한도, 상환 기간, 금리, 교육 시간 이수 조건 등이 매년 조금씩 달라지므로, 1년 이상 장기 계획을 세울 때는 “지금 바로 신청 가능한 것”과 “교육·거주기간을 채운 뒤 신청해야 하는 것”을 나눠서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 종합센터 — 귀농·귀촌 정책자금, 교육, 지역별 지원사업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공식 사이트다. 지역 선택 후 사업 종류별로 조회할 수 있어 사전조사에 유용하다.
- 정부24 — 전국 공통 복지·지원금, 전입신고, 각종 민원 신청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복지 서비스 찾기” 메뉴에서 나이·소득·가구 특성을 입력하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 행정안전부 인구정책 관련 페이지 — 지방소멸 대응, 청년·신혼부부 정착 지원 정책 개요를 볼 수 있으며, 각 지자체 매칭 지원사업 정보를 찾는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③ 건강보험·연금 제도: 소득 줄어들 때 쓰는 전략
귀촌 후 소득 구조가 바뀌면 가장 먼저 체감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료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거나,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뀌거나, 직장·지역을 혼합해 갖게 되는 등 다양한 조합이 생긴다. 이때 구조를 이해하고 움직이면 월 수만~수십만 원 수준까지 차이가 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면 보통 다음 달 말까지는 직장 건강보험이 유지된다. 이후에는 지역가입자로 자동 전환되거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임의계속가입자’ 제도를 활용해 최대 36개월까지 직장가입자 보험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귀촌 시점에 소득이 크게 줄어들지만, 부동산·자동차 등 재산이 많다면 오히려 지역보험료가 더 높게 나올 수 있어 임의계속가입 검토가 필수다.
배우자가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경우라면, 무직 또는 소득이 낮은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근로·기타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될 수 있으므로, 귀촌 후 ‘소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와 ‘누구 명의로 사업자를 낼 것인지’를 건강보험 구조와 함께 고려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건강보험료는 단순히 많이 내는 것, 적게 내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가구의 소득·재산·일자리 구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귀촌 후 첫해에 건강보험 설계를 다시 짜는 것만으로도, 3년간 총 납부액 차이가 상당히 벌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 역시 귀촌 후 전략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크다. 도시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때는 자동으로 빠져나가던 돈이지만, 소득이 줄어드는 시점에는 “계속 내야 할까, 얼마나 줄일까?”라는 고민이 생긴다. 연금은 장기 게임이기 때문에, 단기 현금흐름과 노후 보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 확보되어 있고, 노후 기초 자산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면, 소득이 줄어든 귀촌 초기 3~5년 동안은 보험료를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납부예외를 신청해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반대로, 가입 기간이 짧고 노후 자산이 부족한 경우라면, 귀촌 후에도 연금 보험료를 일정 수준 유지하거나, 소득이 줄어든 만큼 보험료를 소액이라도 꾸준히 납부해 가입 기간을 채우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특히 50대 이후 귀촌을 고민하는 경우,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60세·65세 기준 예상 수령액을 조회해 보면, “지금 연금을 줄이면 나중에 월 얼마가 줄어드는지”가 수치로 드러난다. 이 수치를 보고, 귀촌 후 5년간 확보해야 할 최소 현금흐름과 비교해 균형점을 잡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귀촌은 직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건강, 가족의 시간을 다시 배열하는 선택이다. 건강보험과 연금은 그 배열을 숫자로 받쳐주는 구조물이다. 구조를 이해한 뒤 바꾸면 안정감이 남고, 모르고 방치하면 불안이 남는다.”
① 직장을 그만두는 날짜와 귀촌·전입 날짜를 기준으로 직장→지역 전환 시점을 확인한다.
② 임의계속가입자 제도 신청 가능 여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한다.
③ 부부 중 누가 직장가입자로 남을지, 누가 피부양자가 될지, 사업자 명의는 누구로 할지를 한 번에 검토한다.
④ 자동차·토지·건물 등 재산 상태에 따라 직장 유지가 유리한지, 지역 전환이 유리한지 계산해 본다.

④ 세금 경감·공제 제도로 지출 줄이는 법
세금은 귀촌 후 “조정 가능한 지출”에 속한다. 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내야 할 세금도 줄어들지만, 구조를 알고 움직이면 여기서 한 번 더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농업·임업·어업처럼 1차 산업을 병행하는 경우라면, 일반 근로소득자와는 다른 각종 공제·감면 규정을 이용할 여지도 생긴다.
우선, 귀촌 초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종합소득세다. 도시에서 근로소득만 있던 때와 달리, 귀촌 후에는 농업소득·임대소득·프리랜서 소득 등이 섞인 구조가 되기 쉽다. 이때 연간 소득을 한 번에 합산해 신고하면, “소득공제 + 세액공제 + 경감·감면”이 겹치면서 생각보다 낮은 세율 구간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농업인으로 등록해 실제 농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농업용 기자재 부가세 환급, 경작지·축사 등에 대한 재산세 경감, 농업 경영체 등록을 통한 각종 세제 혜택이 가능하다. 또한 일정 규모 이하의 농산물 판매 소득은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부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득을 설계할 수 있다.
귀촌과 동시에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월세로 거주하는 경우에는 주택 관련 세금도 함께 살펴야 한다. 1주택 실거주 요건, 농어촌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장기 보유 특별공제 등은 귀촌 시점부터 조건을 채워 나가야 나중에 혜택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집을 어디에, 어떤 형태로 가질 것인지”는 단순한 거주 편의가 아니라 향후 10~20년 세금 구조까지 연결되는 선택이다.
소득이 줄어드는 귀촌 시기에는 근로장려금(EITC)·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연간 소득이 일정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근로·사업소득이 적더라도 수십만~수백만 원 규모의 장려금을 받게 된다. 특히 맞벌이·홑벌이 여부, 자녀 수, 재산 규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므로, 귀촌 후 첫해 종합소득세 신고 전에 국세청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 보는 것이 좋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기부금·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다. 귀촌 후 생활비를 줄이더라도, 자녀 학원비·대학생 등록금·본인 및 가족의 병원비 등은 여전히 지출이 발생한다. 이 비용은 일정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 결제보다 카드·계좌 이체 등 기록이 남는 방법을 택해 두면 다음 해 세금 환급에 도움이 된다.
- 종합소득세 신고 준비 — 귀촌 첫해에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농산물 판매 내역, 프리랜서·알바 소득 내역, 카드 및 현금영수증 사용 내역을 모두 모아야 한다. 홈택스에서 조회 가능한 자료와 실제 통장 입금 내역을 비교해 누락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 농업 경영체 등록·농지원부 확인 — 실제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면 농업 경영체 등록을 통해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지·시설 명의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따라 추후 세제 혜택과 상속·증여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
- 근로·자녀장려금 검토 — 귀촌 후 소득이 일정 구간으로 떨어졌다면, 장려금 대상이 되는지 국세청 안내문, 홈택스 모의 계산을 통해 확인한다. 장려금은 단순 지원이 아니라, “소득이 줄어드는 과도기”에 큰 숨을 돌리게 해 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⑤ 귀촌 가계부 설계: 소득·복지·세제 함께 보기
복지·세제 혜택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가계 구조 속에 녹여 넣지 못하면 숫자는 숫자대로, 불안은 불안대로 남는다. 귀촌 후 첫 3년은 새로운 삶의 구조와 돈의 흐름을 재설계하는 시기다. 핵심은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쌓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우선, 귀촌 가계부는 다음 네 개의 기둥으로 나눠 보는 것이 좋다. ① 기본 생활비 ② 주거·에너지 비용 ③ 사회보험·세금 ④ 저축·비상자금. 여기에 국가·지자체에서 들어오는 지원금과 장려금은 “+α 소득”이 아니라, 일종의 완충 장치로 두는 것이 안정적이다. 지원금에 의존한 생활 구조는 정책이 바뀌는 순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으로 귀촌을 준비하는 39세 맞벌이 부부 C씨를 상정해 보자. 도시에서는 월 550만 원의 합산 소득에, 전세대출 이자·교육비·교통비 등으로 월 480만 원을 쓰고 있었다. 귀촌 후에는 월 250만 원 정도의 소득을 목표로 하되, 생활비를 170만 원 수준으로 줄이고, 주거비를 40만 원 수준으로 조정하며, 사회보험·세금을 20만 원 안팎으로 맞추는 구조를 설계했다. 여기에 지자체 정착 지원금 1년간 200만 원, 근로장려금 120만 원을 더하면, 1년 단위 가용 자금은 크게 줄지 않는다.
이처럼 귀촌 후에는 “월급”이라는 직선 대신, 여러 가늘고 긴 선이 모여 가계를 구성한다. 주 3일 마을 돌봄 센터 근무, 온라인 강의 제작, 농산물 직거래, 지역 축제 아르바이트 등 여러 조각이 합쳐져 연소득이 된다. 이때 국가·지자체의 복지·세제 혜택은 “소득이 끊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그물망” 역할을 한다.
“귀촌에서 돈은 더 느리게 들어오지만,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
— 도시에서의 속도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귀촌 후에는 지출 구조를 먼저 바꾸고 그 위에 소득을 얹는 방식이 불안 감정을 줄여 준다.
실제 귀촌 가계부를 만들 때는, 연간 기준으로 최소·기준·여유 세 가지 버전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소 버전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지출만 넣고, 기준 버전에는 현재 생각하는 보통의 생활을, 여유 버전에는 하고 싶은 취미·여행·교육 등을 추가한다. 그다음 각 버전마다 필요한 최소 소득을 계산하고, 복지·지원금·세제 환급으로 채워질 수 있는 부분을 표시하면, “지금 당장 필요한 소득”과 “시간이 지나며 채워질 소득”의 경계가 보인다.
- 귀촌 가계부 작성 순서 예시
① 도시 시절 1년치 지출 내역 정리 (카드·통장·현금)
② 귀촌 후 예상 지출 항목 재구성 (교통·식비·주거·교육·통신·보험 등)
③ 건강보험·연금·세금·대출이자 등 고정비 우선 계산
④ 지자체 지원금·국가 장려금·세제 환급 예상치를 연간 기준으로 계산
⑤ 남은 차이를 “노동 소득 + 부업 + 농업 소득”으로 메우는 구조 설계

⑥ 마무리: 소득이 줄어도 버틸 수 있는 귀촌 설계
귀촌은 “돈을 포기하는 선택”이 아니라,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는 선택에 가깝다. 도시에서 월급이라는 한 줄기 강물로 들어오던 소득이, 귀촌 후에는 여러 개의 개울·샘물·빗물처럼 흩어져서 들어온다. 이때 국가의 복지제도와 세제 혜택은, 물이 한동안 적게 들어올 때 바닥을 드러내지 않게 해 주는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한다.
소득이 줄어들어도, 지출과 세금·보험 구조를 바로잡고,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빠짐없이 챙긴다면, 귀촌 후 3년은 “버티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새 구조에 몸을 맞추는 적응기”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도시에서라면 상상하지 못했던 여유—낮에 햇빛을 보며 일하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며칠짜리 빈 시간—이 숫자보다 더 큰 자산으로 느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매년 복지·세제 제도를 다시 확인하고, 가계 구조를 조금씩 조정하는 유연함이다. 오늘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앞으로 5년 동안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와 구조를 준비해 두는 것. 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소득이 줄어드는 불안보다, 삶이 단단해지는 감각이 조금씩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숫자에 휘둘리는 귀촌이 아니라, 숫자를 활용해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귀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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