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억이 오가는 집 한 채 앞에서 손이 떨리는 건 당연한 일
이고, 그래서 숫자 하나, 세금 항목 하나가 더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LTV·DTI·취득세·종부세 같은 어려운 말들을 또렷하게 이해하는 순간,
불안은 줄고 선택의 주도권이 조금씩 내 쪽으로 돌아온다.

① LTV·DTI 핵심 개념 먼저 잡기
집을 처음 살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바로 LTV와 DTI다. 이름부터 영어 약자에 숫자가 얽혀 있다 보니, 왠지 은행만 알고 나는 모르는 비밀 규칙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구조를 단순하게 쪼개 보면 생각보다 직관적이고, 한 번 이해하면 다른 아파트를 볼 때도 기준이 훨씬 명확해진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집값 대비 대출 가능한 최대 비율이다. 예를 들어 6억 원짜리 아파트를 본다고 할 때, 해당 지역 LTV가 50%라면 최대 3억 원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집값’이 실거래가인지, 은행 감정가인지에 따라 실제 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6억 원이라 해도 은행 감정이 5억 5천만 원으로 나오면 LTV 50% 기준 대출 가능액은 2억 7,500만 원이 된다.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지는 기준이다. 연 소득이 6,000만 원인 직장인이 있을 때, 규제지역에서 DTI가 40%로 적용된다면 1년 동안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가 2,400만 원(6,000만 원 × 40%)을 넘을 수 없다. 이미 학자금대출이나 신용대출이 있다면, 그 상환액까지 모두 합쳐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여러 대출이 함께 묶여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DTI가 “주택 관련 대출 중심”의 개념에 가까웠다면, DSR은 “나에게 있는 모든 대출”을 하나로 묶어 보는 기준이라고 이해하면 훨씬 쉽다. 집을 보러 다니기 전, 이미 가지고 있는 대출의 종류와 매달 나가는 원리금을 한 번에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중요한 건 LTV와 DTI가 각각 역할이 다르면서도 함께 작동한다는 점이다. LTV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집값 대비 대출 최대치를 계산했다 하더라도, DTI나 DSR 규제를 넘으면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줄어든다. 반대로 소득이 충분하고 기존 대출이 거의 없다면, LTV가 허용하는 한도까지 꽉 채워서 대출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25년에 서울 외곽 7억 원 아파트를 고려 중인 30대 직장인 A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해당 지역 LTV는 50%, A씨의 연 소득은 7,000만 원이며, 현재 신용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480만 원이다. LTV 기준으로는 최대 3억 5천만 원까지 가능해 보이지만, DSR 40%가 동시에 적용되면 연간 모든 원리금 상환액 상한은 2,800만 원이다. 이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 480만 원을 빼고 나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2,320만 원이고, 이 숫자를 기준으로 실제 한도가 다시 산출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실제 필요한 대출액”과 “규제가 허용하는 최대 대출액”을 별개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규제상으로는 3억 원까지 가능하지만, 내가 감당 가능한 월 상환액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2억 4천만 원만 빌리는 게 안전할 수도 있다. 제도상 한도는 ‘천장’일 뿐, 그 천장을 꼭 채울 필요는 없다.
LTV·DT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부터 진행하면, 중도에 ‘생각보다 대출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이미 계약금을 지급한 상태라면, 계약 해지 시 위약금 부담까지 떠안아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세 검색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내 대출 구조를 가볍게라도 시뮬레이션해 보는 일이다.
정리하자면, LTV는 ‘집값이라는 바둑판’ 위에 놓인 제한선이고, DTI·DSR은 ‘내 소득이라는 체력’에 해당한다. 집값이 높아도 체력이 충분하면 전략을 다양하게 짤 수 있지만, 체력이 부족하면 큰 판을 벌이기 어렵다. 어느 쪽이 나를 먼저 막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의 출발점이 된다.
② 집 살 때 대출 한도, 이렇게 계산한다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실제 숫자로 손에 잡히게 계산해 보는 일이 남았다. 막연히 “대충 3억 정도는 나오겠지”라고 추정하는 것과, 최소·중간·최대 시나리오를 나눠서 계산해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준비 단계다. 특히 집 계약은 ‘계약금 → 중도금 → 잔금’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얼마가 필요한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다. ① 목표로 하는 집의 가격대를 정한다. ② 해당 지역의 대략적인 LTV를 확인한다. ③ 내 연 소득과 기존 대출 상환액을 기준으로 DSR 한도를 가늠한다. ④ 세 가지를 모두 반영해 “안전한 대출 최대치”를 계산한다. ⑤ 여기에 취득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등 초기 비용을 더해 ‘최종 자기자본 필요액’을 추려낸다.
- 1단계 – 집 가격대 가늠하기 주변 시세를 보며 마음에 드는 단지 몇 곳을 골라 평균 시세를 잡는다. 예를 들어 5억 5천만 원 ~ 6억 2천만 원 사이 매물을 본다면, 보수적으로 6억 2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둔다.
- 2단계 – LTV로 대출 ‘천장’ 계산 해당 지역 LTV가 50%라면 6억 2천만 원 × 50% = 3억 1천만 원이 된다. 다만 은행 감정가가 보수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5% 정도 여유를 두면, 실질적으로는 2억 9천만 원 정도를 최대치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 3단계 – 소득 기준 DSR 시뮬레이션 연 소득 6,500만 원, 신용대출 연 상환액 6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DSR 40%가 적용된다고 할 때 연간 전체 원리금 상환 한도는 2,600만 원이다. 여기서 기존 600만 원을 빼면, 주택담보대출에 쓸 수 있는 상환 여력은 연 2,000만 원이다.
이제 이 2,000만 원으로 어느 정도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역산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금리 4%, 만기 30년(360개월)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이라면, 대략 2억 7천만 원 내외에서 월 상환액이 90만~100만 원 근처에 형성된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LTV 기준의 2억 9천만 원보다 DSR 기준의 2억 7천만 원이 더 보수적인 ‘실질 최대치’가 된다.
또 하나 체크해야 할 부분은 중도금 대출이다. 분양 아파트를 계약할 때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형태가 가장 흔하다. 이때 중도금 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될 때 DSR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중도금 대출 이자를 공사 기간 동안 어떻게 납부해야 하는지에 따라 실제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준공 시점인 2028년, 2030년처럼 몇 년 뒤를 미리 가정해 보며 장기적인 현금 흐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실제 사례를 하나 만들어 보자. 2025년 3월에 수도권 분양 아파트를 계약한 B씨는 분양가 5억 원, 계약금 10%(5,000만 원)를 마련해 두었다. 중도금 60%(3억 원)는 전액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은행 심사에서 소득·DSR 한도 때문에 2억 5천만 원까지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머지 5천만 원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직장인 B씨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압박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계약 전 미리 ‘대출 여유 구간’을 세 단계로 나눠 보는 것이 좋다. ① 꼭 필요한 최소 대출액(이 금액이 안 나오면 계약이 위험한 수준) ② 적당하다고 느끼는 목표 대출액 ③ 제도상 허용되는 최대 대출액. 그리고 대출 심사에서 결과가 달라지더라도 최소 금액은 무조건 확보되도록, 예금·적금·가족 지원 여부 등을 함께 계산해 두면 리스크가 줄어든다.
결국 집 살 때의 대출 계산은 숫자를 크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안전하게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찾는 작업이다. 한도는 위로 열어두되, 실제 선택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에서 하는 것이 나중에 더 마음 편한 경우가 많다.
③ 취득세 구조와 절세 흐름 이해하기
집을 계약하고 잔금을 치른 뒤에는 곧바로 취득세 이슈가 따라온다. 많은 사람이 “얼마 정도 내면 되나요?”라고만 묻고 지나가지만, 취득세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앞으로의 주택 보유 전략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1주택인지, 2주택 이상인지, 조정대상지역인지에 따라 세율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취득세는 크게 보면 과세표준 × 세율 구조로 이루어진다. 과세표준은 보통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때 기준시가가 아니라 실거래가(실제 매매가격)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2025년에 6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했을 때, 1주택자라면 1~3% 구간 적용, 2주택 이상이라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서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이 덧붙으며 최종 납부액이 만들어진다.
“집을 살 때 취득세는 피할 수 없는 비용이지만, 타이밍과 주택 수 관리에 따라 ‘얼마를 언제 내는지’는 조절이 가능하다.”
— 2023년 11월, 한 세무 상담에서 반복해서 언급된 조언이다.
예를 들어, 2025년 7월에 30평형 아파트를 5억 8천만 원에 구입하는 C씨를 생각해 보자. C씨가 무주택자라면 일반 세율 구간이 적용되어 대략 1%대 중반 정도의 취득세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미 1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로 한 채를 더 사는 상황이라면, 2주택자 규정에 따라 세율이 급격히 올라갈 여지가 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수에 따라 중과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진행하면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이 나올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가 ‘일시적 2주택’이다.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두 채를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데, 이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일정 기간 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해야 하고, 새로 취득하는 집이 실제 거주 목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붙는다. 규정은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계약 시점 기준으로 최신 요건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세금은 규정을 몰라서 더 내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최소한 ‘이 거래로 인해 취득세·종부세·양도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정도는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2022년 9월, 국세 관련 공개 강의 내용 중 발췌.
취득세는 납부 시기도 중요하다. 보통 소유권이전등기와 함께 납부하게 되는데, 정해진 기한 내에 신고·납부를 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붙는다. 집을 처음 사는 사람 중에는 대출, 잔금, 이사 준비로 정신없는 사이에 신고 기간을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려면, 잔금일과 등기 예정일을 적어 둔 뒤 취득세 납부 시점을 미리 달력에 표시해 두는 것이 좋다.
세율 구조를 모두 외울 필요는 없다. 다만 “집값이 얼마이고”, “현재 내 명의로 몇 채가 있으며”, “어느 지역에 위치한 집인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는 흐름만 기억해도 훨씬 수월해진다. 여기에 향후 계획(예: 기존 주택 매도, 추후 전세·월세 운영 여부)을 얹어 생각하면, 취득세를 단순한 한 번의 비용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략의 일부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2020년 이후 여러 차례 취득세·보유세 관련 제도가 바뀌어 왔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오래된 글을 보고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 2018년 기준 글에서 본 예시와 2025년 현재 규정은 크게 달라져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세율표 자체보다, 최신 공지 여부와 적용 시점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 보너스: 종부세·보유세까지 한 번에 보는 법
집을 실제로 ‘사는 순간’에는 취득세와 대출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다. 특히 2주택 이상을 보유하거나, 시가 기준으로 고가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종부세 이슈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집을 살 때부터 “이 집을 오래 보유하면 보유세 흐름이 어떻게 바뀔까?”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크게 보면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시·군·구에서 부과하는 세금으로, 대부분의 1주택자들이 매년 납부하게 된다.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등을 종합해 산출되며, 지방세에 속한다. 종부세는 국세로, 일정 기준 이상의 공시가격을 가진 주택을 많이 또는 고가로 보유한 사람에게 추가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과세 기준과 세율이 정부 정책에 따라 자주 변동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① 공시가격 합산액 ② 주택 수(1주택, 다주택) ③ 조정대상지역 여부 ④ 공제금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합산이 12억 원을 넘는 1주택자의 경우, 일정 구간 이상에서 종부세를 부담하게 되는 식이다. 다만 이 기준과 세율표는 해마다 조금씩 바뀔 수 있으므로, 특정 연도의 숫자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변화 방향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집을 한 채만 보유하더라도, 보유세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체감된다. 2025년에 7억 원 시세의 아파트를 구입해 10년간 보유한다고 가정해 보자. 공시가격이 매년 조금씩 오르고, 세율 조정도 함께 일어나면 재산세 부담은 해마다 달라진다. 이때 월 상환액만 계산해 둔 채 보유세를 고려하지 않으면, 3~4년 뒤부터는 매년 7~80만 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생겨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는 종부세가 더 큰 고민이다. 2022~2023년 사이 종부세 완화·강화가 반복되면서, 같은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이 특정 해에는 급증했다가 다음 해에 줄어드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정책에 민감한 세목일수록, “10년 뒤에 종부세가 얼마가 될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① 여러 채를 장기간 보유할지, ② 특정 시점에 정리할지, ③ 향후 거주와 임대 전략을 어떻게 나눌지에 따라 ‘세금의 방향성’을 체크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1주택 실거주를 기본으로 하되 추후 전세나 월세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다면, 종부세 기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반대로, 세 부담이 있더라도 여러 채를 보유해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종부세를 비용으로 인식하면서 다른 수익과 합산해 전체 수지를 보는 방식이 필요하다.
종부세와 보유세를 미리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보유 전략을 세울 때 세금이 변수 중 하나가 되지 않으면, 나중에 급하게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급매를 내놓는 시점은 보통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인 경우가 많고, 그 결과 10년간 노력한 수익이 세금과 가격 하락으로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보유세는 실제 ‘돈 나가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연 1회 또는 분할 납부 등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 시기 주변에는 다른 큰 지출(예: 자녀 학비 일시 납부, 차량 교체 등)을 겹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런 현금 흐름 관리가 잘 되어 있을수록, 집과 관련된 지출이 삶 전체를 흔드는 일을 줄일 수 있다.

⑤ 생애주기별 내 집 마련 자금 설계
LTV·DTI와 취득세·종부세를 따로따로 이해했다면, 이제는 이 네 가지를 한 장의 그림으로 이어 붙여 보는 단계다. 20대 후반, 30대 중반, 40대 이후처럼 생애주기에 따라 소득과 지출 구조가 달라지고, 집에 기대하는 역할도 달라진다. 같은 6억 원짜리 아파트라도, 누군가에게는 첫 출발점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후 전략의 핵심일 수 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이라면, 주로 “대출을 얼마나 활용해야 할까?”가 중심 고민이 된다. 이 시기에는 결혼, 출산, 이직 같은 큰 이벤트가 몰려 있어, 현금 흐름이 변동성이 큰 편이다. 따라서 LTV가 허용하는 최대치보다, 향후 5년 동안 예상되는 라이프 이벤트를 기준으로 적정 대출 규모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2025년에 결혼을 앞두고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29세 직장인의 경우, 2026년 신혼여행, 2027년 출산, 2029년 자녀 어린이집·유치원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월 상환 가능한 금액을 역산해 보는 식이다.
30대 후반~40대 초반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지만, 자녀 교육비와 부모님 부양 문제가 함께 떠오르는 시기다. 이때는 단순히 “얼마까지 대출이 나오나?”보다, “이 집을 10년 이상 보유했을 때 보유세와 유지비까지 포함해서도 버틸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꾸는 편이 좋다. LTV·DTI 뿐 아니라, 향후 종부세 대상이 될 가격대인지, 취득세를 포함한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40대 후반 이후라면, 내 집 마련이 ‘마지막 갈아타기’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에는 대출 만기가 30년으로 길게 잡히더라도, 실제로는 60대 이후 상환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하면, 대출 원금을 미리 줄여 나가거나, 일부는 만기까지 이자 중심으로 가져가는 전략을 섞어서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이때부터는 종부세와 상속·증여세 이슈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20대 후반~30대 초반 — 초기 자본이 부족한 만큼 대출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되, 경력·소득 성장 가능성과 라이프 이벤트를 고려해 ‘유연한 구조’를 남겨두는 것이 핵심이다.
- 30대 후반~40대 초반 — 자녀 교육비와 노후 준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집값 상승 기대만으로 과도한 대출을 지는 것은 위험하다. 취득세·보유세·관리비까지 포함한 ‘총 주거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 40대 후반 이후 — 대출 만기와 은퇴 시점이 겹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부세·상속세 등을 감안해, 자녀에게 어떤 형태로 집을 물려줄지까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처럼 생애주기별로 관점을 나눠 보면, 같은 LTV·DTI 수치라도 받아들이는 무게가 달라진다. 20대에게 70% LTV는 기회로 느껴질 수 있지만, 50대에게는 부담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좋은 비율’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인생 설계와 맞아떨어지는 수준이 있을 뿐이다.
또한 집을 살 때는 항상 “플랜 B”를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 생활이 예상보다 힘들어질 때, ① 전세나 월세로 돌려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 ② 일시적으로 부모님과 합가하거나 작은 집으로 옮길 수 있는지, ③ 일부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다른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지 등을 미리 상상해 보는 식이다. 이 플랜 B가 현실성 있게 준비되어 있을수록, 첫 선택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
⑥ 실제 사례로 보는 집 살 때 체크리스트
끝으로, 실제에 가까운 가상의 사례를 통해 LTV·DTI·취득세·종부세를 하나로 엮어 보자. 숫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순서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자연스러운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진다. 이는 머릿속 이론을 현실 의사결정 도구로 바꾸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례 1. 2025년 5월, 연 소득 5,500만 원의 32세 직장인 D씨는 수도권 비규제지역 5억 원 아파트를 첫 집으로 고려 중이다. 무주택자이며, 기존 대출은 1,500만 원 신용대출이 전부이고 연 상환액은 150만 원 수준이다. 해당 지역 LTV는 70%까지 가능하지만, DSR 40% 규제가 함께 적용된다.
① LTV 기준으로는 3억 5천만 원까지 대출 가능(5억 × 70%). ② 연 소득 5,500만 원 × 40% = 연 2,200만 원까지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 가능. ③ 기존 신용대출 상환액 150만 원을 제외하면, 주택담보대출에 쓸 수 있는 연 상환 여력은 2,050만 원. 이 수치를 기준으로 금리 4%, 30년 만기를 대입해 보면, 대출 가능액은 대략 2억 8천만~3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따라서 D씨는 LTV 천장 3억 5천만 원까지는 못 가더라도, 3억 원 근처까지는 현실적으로 노려볼 수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제 취득세를 더해 보자. 5억 원 아파트 첫 매수, 비규제지역 1주택 취득이라면, 대략 1%대 중반의 취득세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1.5%로 가정하면 75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법무사 수수료, 등기 비용, 중개보수, 이사비를 더하면 최소 1,200만~1,500만 원 정도의 추가 현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D씨는 자기자본으로 계약금 5,000만 원 + 각종 비용 1,500만 원 + 대출가 부족할 경우를 대비한 여유 자금까지 생각해 약 7,000만~8,000만 원 정도를 목표로 맞춰야 한다.
사례 2. 2026년 2월, 이미 1주택을 보유한 42세 맞벌이 부부 E씨는, 자녀 학교 문제로 8억 원대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고민 중이다. 이들은 현재 4억 5천만 원 시세의 아파트에 1억 5천만 원의 잔존 대출이 남아 있으며, 새 집을 계약한 뒤 1년 이내에 기존 집을 팔 계획이다. 이 경우 일시적 2주택 상태가 되어 취득세와 종부세, 대출 규제가 모두 얽힐 수 있다.
- LTV·DTI 관점 — 새 집에 대한 주담대 한도 산정 시, 기존 집의 대출과 상환액까지 모두 반영된다. 기존 집을 언제, 얼마에 팔지에 따라 상환 구조가 달라지므로, 계약 전부터 현실적인 매도 가능 가격과 시점을 여러 시나리오로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 취득세 관점 — 조정대상지역이라면 2주택 중과 여부, 일시적 2주택 예외 인정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새 집 취득 시점과 기존 집 매도 시점의 간격이 기준 기간(예: 1년, 2년 등)을 초과하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취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 종부세 관점 — 일시적 2주택 기간 동안 공시가격 합산액이 종부세 기준을 넘을 수 있다. 이 경우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필요 시 신고·납부 후 추후 환급이 가능한지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집 두 채를 동시에 보유하는 기간을 얼마나 짧게 가져갈 수 있는가”이다. 매도와 매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지만, 기간이 짧을수록 취득세·종부세·이자비용 등 여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언젠가 잘 팔리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기존 집을 오래 끌고 가면, 정책 변화나 시장 상황 악화로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집을 사는 과정은 감정적으로도 큰 이벤트라, 현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이 아파트 지금 안 잡으면 기회 없다”, “이번 주 안에 결정해야 한다” 같은 말이 나오면, 냉정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이런 상황일수록 미리 만들어 둔 체크리스트를 꺼내어, 하나씩 항목을 확인하면서 빠뜨린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마무리
집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주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이어질 숫자와 선택의 조합을 바꾸는 일이다. LTV와 DTI는 그중에서도 가장 앞단에서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고, 취득세와 종부세는 그 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도로 표지판에 가깝다. 네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외울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어떤 규칙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만큼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지만, 숫자의 구조를 알게 되면 그 불안은 구체적인 질문과 선택지로 바뀐다. “이 집을 사면 취득세가 얼마나 나오지?” “지금 대출 구조에서 한도가 얼마나 더 여유가 있지?” “5년 뒤 종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같은 질문에 스스로 대략적인 답을 할 수 있게 되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그 답을 바탕으로, 내 삶의 속도와 방향에 맞는 결정을 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채워진다.
오늘 숫자 몇 개를 이해하려고 쓴 시간이, 언젠가 계약서 앞에서 손이 덜 떨리게 만들어 줄 작은 방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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